외국인 여성과 결혼한다는 것(부재-연애와 결혼의 차이)
한국 남성들 사이에서 부각되기 시작한 외국인 여성
오늘의 대한민국은 젊은 세대들이 혼자 먹고살기도 바쁜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상황이 연애나 결혼의 포기로 이어져, 결혼율과 출산율 저하라는 사회적 문제가 곧 잘 이슈가 되곤 한다. 이는 아마도 치열한 경쟁과 넉적지 않은 삶 속에서 서로를 챙겨줄 만한 마음의 여유가 고갈되어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서로를 격려해도 모자랄 판에, 남녀가 갈라져 서로에게 화살을 겨냥하고 있다. 서로를 비판하는 배경에는, 외국인 이성의 장점을 한국인의 특성과 비교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그중에서도, 대립의 한쪽 편에 서서, 외국인 여성에게 눈을 돌리고 있는 많은 한국 남성들이, 일본 여성에게 크게 주목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과 가까운 지리적 위치, 생김새와 문화, 심지어 DNA까지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인과는 다른 가치관과 행동양식에 매력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스시녀'라는 애칭도 생겨나지 않았던가.
나는 대학원 진학 때문에 일본에 정착한 이후, 줄 곧 일본에서 살고 있지만, 나 역시 그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의 보통의 청년들과 별반 다를 바 없이 무한경쟁 속에서 많은 고민을 떠안고 자라왔다. 그래서 양자 간에 벌어진 대립구도에 대해서는, 서로의 마음을 어느정도는 이해하는 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한 시대의 양상 속에서도, 나는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제2의 청춘을 맞이하고 있었다. 대한민국을 책임지고 있는 청춘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나에게는 그러한 한국의 상황이 강 건너 불구경이었던 셈이다.
일본인 여성과의 교제는 듣던 대로 특별했다
내가 본격적으로 일본으로 건너왔을 때는 20대 중반의 아직 팔팔한 청년이었다. 오기 전에는 학업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라는 걱정과, 일본인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내 걱정과는 달리, 외국인을 대하는 일본인들의 대우는 생각보다 특별했다. 그리고 한일 간의 험한 정치적 상황과는 다르게, 대게의 일본인들은 한국인에 대해 큰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운이 좋게도 나의 성향이 어떻게 일본인 여성들과 궁합이 잘 맞았던 덕분인지, 다양한 이성들과 친분을 쌓거나 교제를 할 기회가 찾아왔다. 20대 중반에 이르러서야 생애 한 번쯤 있을지도 모른다는, 복에 겨운 이성운이 나에게 찾아온 것이다(이를 일본어로는 '모테키'라고 한다). 그렇다. 지금 돌아보니 그때 나는 분명 모테키였음이 틀림이 없다.
내가 만나본 대부분의 일본인 여성들은 소문대로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알고 리액션도 좋으며, 자상하게 대해주는 것에 큰 감동을 느꼈다. 또한 이성을 보는 시각도 확실히 배경이나 조건보다는 좀 더 순수하게 '사람'을 본다는 느낌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나는 석사과정을 수료한 뒤에도 일본 회사에 취직을 하고 일본에 남게 되었는데, 이 나라에 살면서 일본인과 일본이라는 나라에 푹 빠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들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30대 중반으로 들어갈 무렵에, 한 일본인 여성과 교제를 시작하여 결혼에까지 골인했다.
연애와 결혼의 차이 - 결혼 후에는 '개인과 개인'간의 문제만 존재한다
일본인 여성과의 교제는, 일반적으로 한국 남자들이 좋은 쪽으로 상상하는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었던 것 같다. 나의 평가는 아주 만족스러움 그 자체였다.
하지만,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외국인 여성과 결혼까지 하여 배우자로 삼고, 남은 평생을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나는 일본인 여성과 결혼한 지 아직 만으로 3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외국인(일본인) 여성과의 결혼, 그리고 연애와 결혼의 차이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위의 질문에 감히 내 나름대로의 대답을 해보고자 한다.
우선, 이성과 친분을 쌓고 교제를 하는 것과, 결혼을 해서 함께 가정을 꾸리는 것에는, 너무나도 큰 차이가 있어서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우선 이야기해두고 싶다. 특히 결혼생활에 있어서는, 상대방의 국적과 국민성이 결혼생활의 만족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그 영향력이 너무나도 미미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일반적인 이성 간의 교류・교제 시에는, 각자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이성으로서의 모습과 배경'이, 자신의 극히 일부분의 수요만을 충족시켜줘도, 얼마든지 만남과 교류를 이어나갈 수 있다. 예를 들어, 나의 입장에서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알고 큰 감동을 느끼며, 성격도 아주 여성스러웠던 일본 여성이, '스시녀'로 추상화되어 내 마음의 모든 부분이 채워지는 식이다.
하지만 결혼은 다르다. 결혼 후에는 나의 배우자가 지닌 '모든 것'에 마주해야 하며, 그것을 수용하고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이 충족되지 않는다. 오직 나에게 주어지는 것은, 내가 알던 '스시녀'라는 빙산의 일각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큰 영역인 상대방의 성격, 외모, 재능 등의 장단점이나 배경을 포함한 모든 것을 매일같이 마주하게 된다. 내 입맛에 맞게 단점을 무시할 수는 없다. 어떻게든 마주치게 된다. 애써 외면하면 가정의 불화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결혼 후에 나에게 주어지는 것은, 70억 분의 1이라는 아주 특수하고 개인적인 '나의 배우자'만이 존재한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국적이 다르다는 것은 전혀 특별하지 않은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국가가 일부일처제의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점과, 한국이나 일본과 같이 이혼 절차가 아주 까다로운 국가에서는 자신의 이상향을 100% 만족시킬 수 있는 배우자의 여건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려면, 불륜과 파혼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통해, 자신의 입맛을 충족시킬 수 있는 상태로 되돌아가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그리고 결혼은 이뿐만이 아니다. 둘 사이에 아이를 갖게 되면, 그동안 쌓아왔던 모든 관계성이 변형된다.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생각과 행동양식을 싹 다 바꿔야만 한다. 모든 것을 아이 중심으로 돌아가도록 생활양식을 재구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결혼과 그 이후의 펼쳐지는 인생은, 재각각이 모두 특수한 것이며, 그 안에서 느끼는 장점과 단점 또한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이다.
당신이 지금 연애를 하고 있는 상대방이 한국인이건 외국인이건, 결혼을 전제로 계속 교제를 해도 될지 고민이 되는가? 혹은 상대방과의 결혼 생활이 어떨지 제대로 상상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당신의 머릿속에서, 상대방의 몇몇 특징과 모습만을 일반화시켜 상대방을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자. 그리고 상대방의 모든 것을 객관화해 보는 것이 좋다. 구체적으로 메모장에 한번 써볼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그 모든 항목들을 매일같이 마주하며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자. 이러한 방법이 결혼 후의 모습을 좀 더 정확하게 그려볼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남녀의 차이'라는 보편적인 차이점이 차라리 와닿는다
앞에서 이야기한 대로, 결혼을 하게 되면 배우자의 국적은 전혀 특별한 조건이 되지 못한다. 오직 둘만의 개인적인 문제만이 존재할 뿐이다.
하지만, 국적이나 국민성으로 일반화시킨 특징보다는, 오히려 '남자와 여자'라는 보편적인 차이점이 공통적으로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물론, 한국과 일본과 같은 동아시아 국가와,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생각하는 '남녀 차이'에 대한 인식은 다를 수 있다. 그리고 문화권에 따라서는 남자와 여자를 가르는 사고방식이 자체가 성차별이라는 인식마저 존재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애초부터 서로 다른 물리적・생물학적인 특성과, 우리들이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진화해(적응해) 온 방식이 다르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모든 문제 해결은 사실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남자와 여자가 다르다는 점을 인정해야만, 불평등 해결의 첫 발걸음을 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배우자가 한국이든 일본이든 다른 외국인이든 간에, 남자와 여자라는 보편적인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다. 특히 결혼한 부부 사이에는 다음과 같은 인식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혹시라도 결혼 생활은 어떨지 망설이고 있거나, 결혼 후에 아내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사람들은, 원래부터 다른 서로의 특성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원만한 관계를 구축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므로, 하나의 좋은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 남편과 아내의 생각 차이
남편 | 아내 | |
시선, 시각의 방향 | 타인을 향해있다 | 나에게로 향해있다 |
대화 | 명확한 걸 좋아한다 | 내 기분을 알아주길 바란다 |
상담 | 충고와 조언을 하려고 한다 | 공감해주기를 바란다 |
변명 | 인과관계를 설명하려고 한다 | 정서에 호소한다 |
고민, 불안 | 믿어주기를 바란다 | 걱정해주기를 바란다 |
피곤할 때 | 혼자 지내고 싶다 | 피곤한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
집안 일 | 무엇을 하면 좋은 지 가르쳐 줬으면 좋겠다 | 알아서 척척 해줬으면 좋겠다 |
육아 | 가끔 도와주고 싶다 | 가끔 쉬고 싶다 |
돈 | 돈은 자유롭게 쓰고 싶다 (생활비는 별도로 아내에게 전달하고 싶다) |
계획적으로 관리하고 쓰고 싶다 (남편 월급도 용돈제로 계획해서 관리하고 싶다) |
행복 | 필요로 한 존재라고 느꼈을 때 | 사랑을 받고 있다고 느꼈을 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