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한국 결혼식 준비하기(#한일커플)
우리 부부가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리게 된 이유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과 외국인 간의 국제커플이, 결혼식 준비하고 거행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지금의 일본인 아내와 결혼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을 때, 결혼식을 거행할 지부터, '어디에서' 결혼식이 올리는 것이 좋은 것인지, 결단을 내리는 것이 너무나도 어려운 문제였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한국에서 단 한 번의 결혼식 거행으로 일단락을 지었다.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리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은 문화적・개인적 배경 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문화적인 측면】
- 우선, 한국은 외국에서 결혼식을 치르는 문화가 없을뿐더러, 초대되는 경우도 거의 없다.
- 반대로, 일본인들은 자국인끼리의 결혼식도 일본이 아닌, 하와이 등의 제3 국에서 치르는 케이스가 많다. 그래서 외국에서 결혼식을 치르는 것은 물론이고, 외국의 결혼식에 초청을 하고 응하는 것에 큰 위화감이나 부담감을 느끼지 않는다. 그리고 결혼식에 다녀올 겸, 겸사겸사 관광도 즐기다가 와야겠다고 생각한다.
【경제적인 측면】
- 한국의 어르신들의 입장에서 결혼식이란, 투자금 회수와도 같은 일종의 비즈니스다. 이미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들은 여기저기 결혼식을 돌면서 미래의 내 자식의 결혼식을 위해 적금들 듯이 친지는 물론이고 지인 혹은 지인의 자녀들의 결혼식에 발걸음을 옮긴다. 그런데 외국에서 결혼을 하겠다고 하면, 막대한 비용이 발생할 것이 분명하다. 이런 경제적인 부담을 떠안으면서까지 외국에서의 결혼식 마냥 기뻐하며 받아들여주실까? 일반 서민 가정이라면 좀처럼 납득시키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 일본인들은 해외에서 결혼식을 치르는 문화가 존재하며, 그다지 특수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주최자의 비용처리와 초대받은 사람이 내는 축의금으로 결혼식이 충분히 성립될 수 있게끔, 비용에 대한 인식과 비즈니스 모델이 구축되어 있다.
【결혼식 절차】
- 한국의 결혼식은, 준비와 진행 절차가 간략하게 시스템화 되어 있어서, 부담이 덜하다. 그리고 일본에 비하면 비용이 저렴한 편이다. 또한 누구나 부담 없이 참석할 수 있어서 많은 하객들을 모을 수 있다.
- 일본의 결혼식은, 준비과정부터 당일의 진행상황까지 아주 세세한 부분을 본인들이 모두 정해야 한다. 일례로, 각 테이블에 올려놓을 티슈의 색상까지 정해야 할 정도이다. 그래서 결혼식 몇 달 전부터는 주말의 자유시간은 포기하고 결혼식장 측의 스태프와 하루 종일 회의 릴레이를 펼쳐야 한다. 또한 초대할 하객들을 미리 정하여 사전에 연락을 해 두고, 정식적으로 우편으로 초대장도 보내고, 답장을 받아야 한다. 결혼식 자체의 시간도 굉장히 길다. 피로연을 포함해서 기본적으로 3~4시간은 걸린다. 이 시간 동안 신랑 신부가 몇 번이고 등장과 퇴장을 반복한다. 그 사에에 하객들에게는 술과 코스요리가 제공되는 등, 시간과 돈을 들여 결혼식 자체를 즐기도록 구성되어 있다. 하객들의 자리 배치도 결혼 당사자들이 일일이 다 정해야 한다. 결혼식 자체의 비용 또한 굉장히 비싸다는 점이 특징이다.
K-결혼식의 간편함을 절대 무시하지 마라(feat. 웨딩플래너와 스드메)
한국 결혼식의 절대적인 장점은, 결혼식 그 자체가 굉장히 정형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자신이 결혼식을 올리려고 하는 지역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웨딩플래너를 한 명 섭외해 놓기만 하면, 모든 준비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그래서 결혼 당사자들이 일일이 발품을 팔지 않아도 원격으로 미리 다 조절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한국의 결혼식은 일반적으로 다음의 5가지만 준비하면, 최소한의 '예식'이라는 것을 치를 수 있다.
- 결혼식장 및 예정일 결정
- 신랑 신부의 결혼식 복장 구매 혹은 대여(신부의 드레스 대여 & 한복 맞춤, 신랑의 턱시도 대여 혹은 맞춤 제작)
- 결혼식 전 스튜디오 웨딩 촬영
- 모바일 청첩장 뿌리기
- 결혼식 진행
특히, 이 중에서 '스튜디오 촬영', '드레스(기본적으로는 대여)', '메이크 업(웨딩 촬영, 예식 당일 포함)'등의 앞 글자를 따서, '스드메'라고 부르는 준비과정이 있다. 이는 한국 결혼식에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요소이다. 이는 웨딩플래너가 이 각각의 요소에 대해 몇 가지씩의 선택지를 가지고 있으므로, 결혼식을 준비하는 당사자들은 웨딩플래너가 제시하는 선택지를 보고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놓으면, 웨딩플래너가 거기에 맞춰서 모든 준비를 소화할 수 있도록 일정을 조정해 준다.
여기서 스드메는 하나의 단어로 굳어져 있을 뿐이다. 실제로는 스드메뿐만이 아니라, 예식 후에 입을 한복이나, 결혼식 당일의 오케스트라, 당일의 결혼식 사진 촬영 업체, 필요에 따라서는 주례자나 축하를 부를 가수까지도 웨딩플래너가 섭외해 준다.
한국의 결혼식은, 그냥 '웨딩플래너가 다 해준다'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 부부도 이 웨딩플래너 덕분에 단 몇 번의 한국 방문으로 결혼식 준비부터 진행까지 모든 것을 끝마칠 수 있었다.
단 4번의 한국 방문으로, 여자친구 소개부터 결혼식까지 끝마칠 수 있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정형화된 한국의 결혼식을 잘 이용하면, 적은 방문 기회 안에 모든 준비를 다 끝마칠 수 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일정으로도 충분히 결혼식을 치르는 것도 가능하다.(실제로 우리 부부가 이렇게 진행했다)
① 첫 번째 방문
- 여자친구를 부모님에게 소개
- 예식장 및 하객이 묵을 호텔 방문 -> 장소 선정 -> 계약금 지불(예식장 - 사전에 인터넷 검색 등으로 후보지 선정은 필요, 호텔 - 장소만 확인하고 예약은 인터넷 혹은 메일, 전화 등으로도 가능)
- 웨딩 플래너와 접선 -> 스드메 등에 대해 소개받기
② 두 번째 방문
- 드레스 샵에 방문하여 드레스 고르기(웨딩플래너의 소개)
- 신부의 한복 맞춤(웨딩플래너의 소개 -> 우리의 경우는 부모님이 맞춰 주심)
- 신랑의 턱시도 대여 혹은 맞춤(웨딩플래너의 소개 -> 웬만하면 맞춤을 추천함)
③ 세 번째 방문
- 스튜디오 웨딩 촬영(보통은 4~6시간 정도 소요됨)
- 모바일 청첩장 제작(이것도 웨딩플래너를 통해 주문 가능)
- 신부 쪽 부모님 방한 -> 양가 상견례
- 신부 쪽 부모님 결혼식 복장 맞춤(우리의 경우는, 장인 어르신께서 턱시도를 맞추시고, 장모님도 한복을 맞추심)
- 하객들 호텔과 결혼식까지의 동선 확인 및 문제점 체크 등
④ 네 번째 방문
- 결혼식 이틀 전, 당사자들은 먼저 입국, 턱시도 및 어머님들 한복 픽업
- 결혼식 전날, 필요에 따라 한국에 입국하는 친인척들 공항에 배웅
- 결혼식 전날 밤, 일본 친인척들 및 지인들과 식사, 회식(우리는 철판구이집 예약함)
- 결혼식 당일, 나와 아내 그리고 양가 어머님들 이렇게 4명이서 메이크업받고 예식장으로 이동
- 결혼식 거행
외국 현지의 가족과 친인척들, 지인들과의 조율은 현지에서 가능
한국 결혼식 준비와는 별개로 일본 현지에서 별도로 준비한 사항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초대 하객 확정 및 초대장 발송(일본 문화상 초대장 발송 필요)
- 추천 항공편 연락(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가족 친인척, 지인들에게, 결혼식에 오기 적당한 항공편을 알아보고 연락해줌)
- 하객들 호텔 예약(인원 확정 후에, 같은 호텔에 단체 예약함)
- 결혼식 관련 안내 홈페이지 제작(결혼식뿐만이 아니라 간단히 관광도 즐길 수 있도록, 안내 홈페이지를 제작함)
우리 부부는 일본에 살고 있으므로, 일본에서 한국으로 초대할 가족과 친인척, 지인 및 회사 동료들과는 직접 연락을 주고받으며, 결혼식 참여 여부를 확인했다. 일본 쪽에는 일본의 결혼 문화대로, '참가한다'는 답장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별도로 청첩장을 우편으로 송부했다. 청첩장은 인터넷으로 찾아보면 청첩장 제작과 대행으로 배송해 주는 업체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그리고 하객들이 한국까지 와줄 항공편과, 한국에서 머물을 호텔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우리 결혼식의 경우에는, 참가해 주는 모든 사람들(약 40여 명)에게 대구까지 오는 항공편을 본인들이 직접 예매를 해서 오도록 했다. 그 대신에 호텔에서 모두를 일일이 만나, 항공편 비용에 상응하는 비용을 각각 봉투에 담아 모두에게 돌려주었다. (-> 이는 코로나 전의 이야기로, 저가항공이 호황이던 시절이었으므로 아주 저렴하게 해결 가능했다는 점을 감안하여 참고하길 바란다)
호텔은 결혼식보다 한참 전인 4~5개월 전에 이미 인원을 확정한 후에, 호텔을 예약했다. 물론 그 후에 몇 명의 추가와 취소 인원이 있었으므로, 그때마다 호텔에 메일을 보내서 상세 조정을 했다. 참고로 우리는 결혼식 후에 하객들이 시내 중심가를 관광할 수 있도록, 동성로의 토요코인 호텔을 단체 예약했다. 비용은 전액 우리 부부가 부담을 했다. (-> 토요코인은 한국에 진출한 일본의 비즈니스호텔 체인으로, 숙박비도 그리 비싼 가격이 아니었으므로, 이 또한 얼마든지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정도였음을 감안해 주길 바란다)
이 외에도 일본에서 별도로 준비한 것은, 현지까지 와준 하객들에게 자유시간에 좀 더 즐거운 시간을 만끽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아래 그림과 같이 별도의 홈페이지를 제작했다. 홈페이지 제작은 '구글 사이트'라는 툴을 이용해서 아주 간단하게 만들 수 있었는데, 실제로 내 아내가 소매를 걷고 몇 시간 만에 아래와 같은 사이트를 뚝딱하고 제작했다.
이상으로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린 한일커플의 실제 결혼식 준비 내용에 대해서 소개해 보았다. 어느 정도 간략하게 정리해 볼 생각이었으나, 한 번에 다 소개하기에는 역시나 무리가 있다. 앞으로의 포스트에서 각각의 상세한 내용에 대해서도 다루어 볼까 생각하므로, 한국에서 결혼식을 준비하는 국제커플에고 좋은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