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부부/육아

취업보다 어려운 일본의 보육원 찾기(#한일부부 #일본육아)

후니훈 - Hoonyhoon 2022. 11. 17.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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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의 2세 계획은 전략적이어야 한다

나는 요코하마에서 살고 일하고 있으며, 일본인 아내와 슬하에 딸아이를 하나 둔, 한일 부부의 남편이다.

혹시라도 일본에서 우리처럼 2세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반드시 마주쳐야 할 현실이 있다. 

그것은 바로 보육원을 찾는 일이다. 

일본은 지역에 따라서는(인구가 밀집된 지역일수록), 아이를 돌봐 줄 보육원을 찾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혹시라도, '아이가 태어나면 우리 아이를 돌봐줄 보육원이 어딘가에는 있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당장 그 생각은 때려치우고 진지하게 알아볼 것을 추천한다.

왜냐하면 나중에서야 보육원에 아이를 맡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다음과 같은 상황에 처해질지도 모르니 말이다. 

 

일본의 보육원 현황

대도시의 절대적으로 부족한 보육원 숫자

일본의 대도시는 보육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아래는 '2021년 도쿄 0살 아동의 보육원 들어가기 힘든 행정구역 순위'를 나타낸 것으로, 이 표에서 알 수 있듯이, 도쿄 23구 어디든 아동의 인구보다 보육원 정원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제일 순위가 낮은 치요다구(千代田区)조차, 보육원 정원보다 아동 인구수가 1.8배나 많다.(다만, 보육원 부족은 지역격차가 굉장히 크므로 어디까지나 참고사항으로 봐주길 바란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취활(취업활동의 줄임말)이라는 말이 있듯이, 보활(保活; 호카츠-보육원 입소 활동의 줄임말)이라는 말도 존재한다.

도쿄 0살 아동 보육원 들어가기 어려운 행정구역 순위
2021년 도쿄 0살 아동 보육원 들어가기 어려운 행정구역 순위(참고:東洋経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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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원은 만 0살때부터 입소시키지 않으면 승산이 없다

보육원 입소와 관련해서 주의할 사항으로, 대부분의 보육원은 0살 때 입소하지 못하면, 보육원에 거의 들어가기 힘들다고 생각해야 한다.

왜냐하면, 연령별 입소 인가 인원수를 보면, 나이가 올라갈수록 입소 가능한 숫자기 줄어들기 때문이다. 

아래는 요코하마시의 일부 지역 보육원의 연령별 입소가능한 인가수를 나타낸 것으로, 여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0살의 인가수가 가장 많고, 1살까지는 조금 줄어들기는 하나, 2살 이후로는 확 줄어들고 0명인 곳도 많다.

그러므로, '우리애는 소중하니깐 2년 동안만 애엄마 손에서 키우고, 그다음부터 보육원에 보내지 뭐'라는 대충스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처음부터 꿈 깨는 것이 좋다.

요코하마시 각 보육원의 연령별 입소가능 인원수(요코하마시 홈페이지)
요코하마시 각 보육원의 연령별 입소가능 인원수(요코하마시 홈페이지)

 

입소 가능한 최소연령에 주의할 것

또 하나 주의해야 할 사항으로, 각 보육원마다 '입소 가능 연령'이라는 제한이 있다.

위의 표에도 '입소 가능 연령'이 기재되어 있는데, 보육원은 매년 4월 1일 자부터 입소가 시작된다. 그 시점에서 자신의 아이가 입소 가능한 최소연령을 맞추지 못한다면, 불가피하게 1년 이상을 자기 손에서 키우고, 1살 때부터 입소 신청을 노려야 한다. 예를 들어, 빠른 생일(일본은 학기가 4월 시작이므로 3월 말까지 태어난 아이가가 빠른 생일이다)로 태어난 아이들은 4월 시점에는 아직 갓 태어난 상태이므로 보육원에 보낼 수 있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에서 2세 계획을 생각하는 부모들 중에서는 이 점을 염두에 두고 가족계획을 세우는 사람들도 꾀나 있다. 참고로 내 와이프도 2세 계획을 세우는 단계에서 이 점을 크게 신경 쓰는 듯했다. 나는 처음에 아내의 이야기에 너무 인위적이라고 느끼기도 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아내의 계획은 아주 올바른 것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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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에서 보육원을 찾지 못했을 때의 불상사

아무튼 앞서 이야기한 대로, 대도시의 경우에는 보육원에 아이를 입소시키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으므로, 현실적인 상황을 마주쳐야 한다. 특히 보육원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다음과 같은 경우를 고민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 집과 직장에서 멀리 떨어진 보육원에 보내야 한다 ⇨ 그래도 어떻게든 잘 찾아보면 빈 곳이 있어 등원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나, 매일같이 아이를 보육원에 맡기고 출퇴근까지 하는 것은 절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자는 시간 일하는 시간을 쪼개서 등 하원을 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유아기의 아이들은 곧 잘 열이나 거나 감기에 걸리기도 한다. 그러면 바로 보육원에서 데리러 오라는 콜이 온다. 보육원은 아이의 상태가 나빠지면 부모에게 돌려보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런 연락이 올 때마다 바로 달려가려면 역시나 '거리'라는 변수를 무시할 수 없다. 

 

  •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한 보육원에 입소시켜야 한다 ⇨ 정원을 채우지 못한 데는 이유가 있다. 시설이 열악하거나, 악평이 자자한 곳일 가능성이 높다. 혹은 이것저것 준비물을 많이 요구하는 곳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뛰어 놀 정원도 없이, 차가 쌩쌩 지나다니는 도로가 바로 옆에 컨테이너 박스 같은 곳을 보육원으로 운영하는 곳도 꽤나 많다. 그리고 시설뿐만이 아니라 아이를 돌보는 보육사들이 나빠서 악평이 자자한 곳도 종종 눈에 띈다. 또한 보육원에 따라서는 일회용 기저귀를 취급하지 않고 무조건 면 기저귀를 일일이 부모가 빨아서 가져가고 회수해 와야 하는 등 준비물을 많이 까다롭게 요구하는 것도 있다. 이런 곳에 자신의 소중한 아이를 맡기고 수고도 감수하려면 큰 결단이 필요하다.

 

  • 부부 둘 중 하나가 전업주부를 해야 한다 ⇨ 위에서 소개한 대로, 인구 밀집도와 전출자 대비 전입자가 많은 지역은 절대적으로 보육원이 부족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보육원을 포기하고 부부 중 한 사람이 전업주부로 아이를 돌보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물론 자신들에게는 경제적 여유가 있어서, 혹은 둘 중 한 사람의 수입이 많으니 다른 한 사람은 전업주부를 해도 상관이 없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하지만, 아이가 취학할 때까지의 6년이란 시간 동안 매일 24시간 아이를 케어할 수 있는 자신이 없다면 그냥 아이를 가지는 것을 추천한다.

 

  • 불가피하게 이사를 하거나 이직을 한다 ⇨ 아이가 태어나면 그 무엇도 어떻게든 되지 않는다. 부모가 모든 책임을 지고 돌봐줘야 한다. 그러므로 경제활동을 하면서 아이까지 돌보려면, 당연히 보육원을 찾아야 하고, 그러려면 결국에는 완전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 하는 경우를 생각해야 할 수도 있다. '아이 때문에', '불가피하게'라는 식의 생각을 가진다면 부모로서의 책임감을 되물어 볼 수밖에 없다. 이런 피해의식을 가지게 되는 불상사를 피하려면, 직장과 거처를 마련하는 일을 2세를 가지기(혹은 계획하기) 훨씬전부터 고려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위의 3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상으로, 이 포스팅에서는 일본에서 육아를 하는 데 있어서, 보육원의 현실에 대해서 썰을 풀어보았다. 혹시라도 지금까지 2세 계획을 막연히만 생각하고 있었다면, 위에서 언급한 현실을 마주쳐야 한다는 점이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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