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커플을 위한 한국 결혼식 식순(#한일커플)
한국 결혼식은 식순이 정형화되어있다
이번 포스트는 한국에서 결혼식을 치르기로 결심한 한일커플 혹은 국제커플들에게, 실제 경험자로서 어떠한 식순으로 한국에서의 결혼식을 거행했는지 소개해 보고자 한다.
요즘의 한국 결혼식의 식순은, 아래와 같이 정형화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식전 안내 방송을 시작으로, 개식선언에서부터 폐식사,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객들과의 사진 촬영을 포함해서, 짧게는 45분, 길어도 1시간 정도 이내로 모든 것이 눈 깜짝할 사이에 끝이 난다.
- 식전 안내방송
- 개식선언
- 양가 어머님 입장 및 화촉 점화
- 신랑 입장
- 신부 입장
- 신랑 신부 맞절
- 혼인 서약(신랑 신부가 혼인 서약을 낭독)
- 성혼 선언(일반적으로 사회자가 친구 대표 격으로 성혼 선언문을 낭독하고 끝냄)
- 축가(생략 가능, 신랑이 신부에게 보내는 노래 가능, 외부인 섭외 가능, 친구 등에게 부탁해서 다른 퍼포먼스 등도 가능)
- 신랑 신부, 부모님 및 내빈께 인사(서로의 부모님 곁으로 가서 큰절 혹은 포옹)
- 신랑 신부 행진
- 폐식사
- 하객들과 사진 촬영
참고로 위의 식순은 우리가 결혼식을 올렸던 당시에, 웨딩플래너를 경유해서 예식장으로부터 전달받은 식순이었다. 여기서 내가 알던 결혼식과 다른 점이 있어서 아래와 같이 몇 가지 문의를 했던 기억이 난다.
첫째, 주례사는 없는가?
어릴 적 부모님 손에 이끌려 따라가면 항상 보아왔던 우리의 결혼식에서는, 주례사라는 것이 형식적이지만 결혼식을 성스러운 것으로 만들어 주는데 큰 역할을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했었다.
이는 다른 의미에서 내가 결혼식 준비를 시작하기 전부터 가장 걱정하던 부분이었다. 왜냐하면 결혼상대가 한국인이더라도 누구에게 주례를 부탁해야 할지 언제나 막연하게 걱정을 해왔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본인과의 결혼식을 치르게 되었으니, 번역 등의 문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는 걱정도 자연스레 따라왔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너무나 다행히도(?), 처음부터 주어진 식순에 주례사가 없었기 때문에, 주례를 부탁하거나 현장에서 번역을 하는 문제에 대한 걱정이 필요가 없어졌다.
그런데 왜 주례사가 없는지 웨딩플래너에게 물어보았더니, 원래 주례사라는 것이 결혼을 축하하고 앞으로의 혼인 생활에 대한 충고를 해주는 형태가 많아서, 특성상 결혼식을 길고 딱딱하며 지루하게 만들기 때문에 주례사를 생략하는 것이 요즘 트렌드라는 것이다.
하지만, 주례사 대신에 신랑 신부가 직접 낭독하는 '혼인 서약'에 더 포인트를 주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두 번째, 예물 교환(결혼반지 교환)이 없다니?
어릴 때부터 내 기억 속에 있던 결혼식에 대한 환상 중에 하나는, 결혼반지를 서로 끼워주는 신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내가 받은 식순에는 이 순서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 역시 웨딩플래너의 말로는, 요즘은 결혼식을 위한 화려한 결혼반지를 따로 제작하지 않고 평소에도 끼고 다닐 수 있는 결혼반지 만을 제작하는 경우가 많아서, 보여주기 식의 반지교환은 하지 않는 추세라는 대답이었다.
하지만 본인들이 원한다면 당연히 식순에 추가해도 문제없다는 대답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의문점은, 식순을 좀 더 추가하거나 순서를 변경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는지, 시간적 제약은 없는지에 대한 점이었다.
이에 대한 답변은, 식순 추가와 변경은 당사자가 원하는 대로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다만, 당일 섭외하는 웨딩촬영 스태프나 오케스트라, 그리고 예식장 바로 옆의 뷔페 운영 등과 관련해서 시간적 제약이 있으므로, 기본적으로는 1시간 정도 이내로 끝낼 수 있는 식순으로 준비해 달라는 답변을 들었다.
전형적인 한국 결혼식 식순에 몇 가지 요소를 첨가
웨딩 플래너로부터 손에 넣은 식순을 가지고, 아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어떤 요소를 더할지 의논을 했다.
우선, 주례사가 없는 점에 대해서는 서로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웃음).
한편, 예물 교환(결혼반지 교환)에 대해서는 반드시 추가해야 할 사항이었다. 일본의 결혼식에서도 결혼반지 교환의 순간은 굉장히 뜻깊은 순간으로 여겨진다. 더군다나, 우리의 결혼반지는 아내의 할머님께서 직접 수제로 만들어 주실 예정이었으므로, 필연적으로 이 사실을 어필해야만 했던 이유도 있었다.
그리고, 한국과 일본이라는 국제커플인 만큼, 문화와 언어가 다른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하객들에게 우리 두 사람이 어떤 사람이며, 어떻게 만남을 가져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렇다고 결혼식에서 스스로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우리 두 사람의 소개와 서로가 만나게 된 과정을, 5분짜리 프로필 동영상으로 제작하여 하객들에게 시청하는 순서를 추가했다.
마지막으로 신경 쓴 부분은 축가다. 한국과 일본 양쪽의 하객들에게 축하의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도록, 한국어 축가와 일본어 축가, 두 가지를 준비했다. 한국어 축가를 부탁하는 것에는 크게 문제가 없었으나, 일본어 축가에 대해서는 고심을 많이 했다. 결국에는 일본어는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로 공부한 정도밖에 안 되는, 하지만 학창 시절 때부터 노래방에서 함께 J-POP을 즐겨 부르곤 했던 나의 절친에게 일본어 축가를 부탁하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결정된 우리의 결혼식 식순은 다음과 같다(총 1시간 내외).
- 식전 안내방송(결혼식 10분 전)
- 개식선언(1분)
- 양가 어머님 입장 및 화촉 점화(2분)
- 신랑 입장(2분)
- 신부 입장(3분)
- 신랑 신부 맞절(1분)
- 혼인 서약(5분)
- 예물 교환 - 결혼반지 교환(3분)
- 성혼 선언(1분)
- 프로필 무비(5분)
- 축가(일본어 1곡, 한국어 1곡 = 총 10분)
- 신랑 신부, 부모님 및 내빈께 인사(3분)
- 신랑 신부 행진(3분)
- 폐식사(1분)
- 하객들과 사진 촬영(30분)
한국에서의 결혼식은 정형화되어있어, 갖출 건 갖추고 신속하게 끝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론 결혼 상대의 문화권에 따라서 많이 부족할 수도 있으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적절한 식순을 추가하는 것도 문제가 없다. 한국에서의 결혼식을 준비하는데 고민이 많은 국제커플들에게 이 포스트가 좋은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
각 식순에 대한 사회자 멘트 및 대본은 아래 포스트에!
2022.09.15 - [한일부부/부부관계] - 한국 결혼식 - 식순 및 사회자 대본 샘플(한국어 & 일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