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활성화된 중고품 시장
일본인들의 실생활을 엿들여다 보고 있으면, 그들의 행동양식이 어떻게 30년에 가까운 경제 디플레이션을 지탱해 왔는지 알 수 있다. 일본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똑같은 물건이라도 조금이라 더 더 싼 가격에 사려는 행동양식이 뼛속 깊이 박혀있다. 그것을 반증하는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중고품 시장의 활성화다.
한국사람들은 중고 물품을 사거나 팔 때, 판매자와 구매자가 온라인에서 이어진 다음에, 실제로 만나서 물건 상태를 보고, 문제없으면 매매를 하는 형태를 많이 취한다. 물론 한국도 싸게 사고 싶어 하는 구매자와, 조금이라도 가격을 방어하려는 판매자 사이의 흥정은 존재한다.
반면에 일본인들은 대인관계에 있어서 폐쇄적이고 개인의 신변이나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서, 직접 만나서 물건을 사고파는 형태를 꺼려한다. 그래서 이런 성향을 커버하기 위해, 누군가가 대신해서 물건 자체에 하자가 없는지 꼼꼼히 체크를 하고, 그것을 다시 깔끔하게 정리를 해서 하나의 장터에 내놓는 일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한편, 일본도 언택트 시대로 들어오면서, 개인 간의 중고거래를 알선해주는 메르카리(メルカリ)라는 온라인 프리마켓 서비스가 굉장히 성행하고 있어서, 인터넷으로 개인 간의 중고품 거래를 간단히 할 수 있게 되었다. 메르카리의 등장은 매매가 아주 간편하다는 점과 중고품 가게보다 좀 더 높은 가격에 자신의 물건을 내다 팔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다양한 물건이 시장에 올라와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정기적으로 신변 정리를 하거나 이사라도 하게 되면, 무거운 물품이나 대량으로 물건을 한 번에 내다 팔 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리고 물건을 직접 확인해 보고 꼼꼼히 체크하고 싶어 하는 일본인들의 특성상 중고품 가게로 발걸음을 향하는 수요는 여전히 엄청나게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본인들의 특성과 수요에 힘입어 굳건한 체인점을 확보하고 있는 '하드 오프(HARD・OFF)'라는 중고품 매매점에 대해서 소개해 보려고 한다.
중고품 판매, 매입 전문 체인점 '하드 오프(HARD・OFF)'
주식회사 하드 오프 코퍼레이션 (HARD OFF CORPORATION Co., Ltd. )는 니가타현에 본사를 둔 중고품 재사용 및 판매업을 직영점과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일본 전국에 전개하는 기업이다. 참고로 하드 오프에는 아래와 같이 크게 8개의 브랜드가 존재하는데, 각 브랜드마다 아래 설명해 놓은 대로,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카테고리가 다르다.
- HARD・OFF - AV기기・가전・PC・악기・완구・게임 소프트의 매입・판매
- HARD・OFF Audio Salon - 오디오 기기의 매입·판매
- HARD・OFF 악기 STUDIO - 악기의 매입·판매·수리
- HARD・OFF 공구관 PRO&DIY - 공구・농기구의 매입・판매, 신품 상품 주문도 가능
- HARD・OFF 수도권 출장 매입 센터 - 악기·텔레비전·컴퓨터 출장 매입 전문점. 법인 창구도 설치.
- OFF·HOUSE - 옷·신발·명품·장식품·가구·가전·일용품·유아용품의 매입·판매
- OFF·HOUSE 아웃도어&스포츠 - 스포츠 용품·캠프, 아웃도어 용품의 매입·판매
- OFF·HOUSE 아웃도어&피싱 - 캠핑·아웃도어 용품·낚시 구의 매입·판매
- Hobby·OFF - 완구·봉제인형·취미·모형의 매입·판매
- Garage・OFF(구・PARTS LAND) - 자전거・자동차 용품의 매입・판매
- MODE・OFF - 명품・액세서리의 매입・판매
- LIQUOR・OFF - 주류의 매입・판매
- BOOK・OFF - 중고 서적 매입・판매
- BOOK・ON - 신간 서점
참고로 일본 여행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법 한 '북 오프(BOOK・OFF)'는 원래 '하드 오프'와는 별개의 회사이나, 북오프의 창업자가, 창업 스터디 그룹을 통해 만났던 하드 오프 창업자 와의 개인적인 친분으로, 서로 가맹을 맺는 관계이다. 일본을 돌아다니다 보면 '▲▲▲・OFF'라고 비슷하게 생긴 브랜드가 많아서 뭐가 뭔지 잘 파악이 어려울 수도 있다. 사실 이들은 다 프랜차이즈 혹은 가맹점으로 엮인 관계인 덕분이다.
하드 오프에서 물건 판매한 이야기
일본은 연말연시가 되면, 한국의 설날과 같은 긴 연휴 시즌이 있다. 특히 새해를 맞이하기 전에 집 안을 대청소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본 가정의 문화다. 나도 와이프가 일본인이라, 좀 쉬고 싶은데도 등살에 떠밀려, 오랜만에 집을 정리하게 되었다.
이것저것 정리하다 보니,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그냥 내다 버리기 아까운 물건들이 잔뜩 나왔다. 그래서, 이 것들을 차에 싣고 하드 오프로 향했다. 주차장에 내려서 카트로 물건들을 매장 입구까지 가져갔는데, 마침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나있었다 그래서 카운터 직원에게 이야기했더니, 아르바이트생 3~4명이 우르르 내려와서 짐을 옮겨다 줬다.
참고로 하드 오프는 앞서 설명한 대로 매장마다 존재하는 브랜드가 다 다른고, 점포에 따라서는 몇 개의 브랜드가 같은 매장을 공유한다. 이 경우에는 각각의 물건을 취급하는 계산대로 가져가야 한다. 내가 갔던 날은 아르바이트생들이 전부다 2층까지 가져다가 알아서 분리해 주었다. 덕분에 본의 아닌 명상의 시간(?)을 가지지 않아도 좋았다.
그리고 가격 판정 시간이 대략 45분 정도 걸리니, 끝나면 장내 방송으로 번호를 호칭하겠다며 2개의 번호표를 받아 들었다. 와이프와 나는 시간이 있으니 가게 안을 쭉 둘러보았다.
어떻게 시간 때울까 생각할 겨를도 없이, 볼 것이 많아서 시간이 금방 지나갔고, 어느샌가 내 번호가 장내 방송으로 불렸다. 조금 두근대는 마음으로 얼마의 가격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카운터로 향했다.
참고로 내가 가져간 전자제품의 종류와 매도 거래 가격은 다음과 같았다.
- 노트북(2012년 산 13인치 ASUS) : 2000엔
- 구형 애플 TV : 500엔
- 짐벌 : 5000엔
- Play Station 4 : 9000엔
- 별도 PS4용 컨트롤러 : 1500엔
- 그 외(와이프가 쓰던 옛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등) : 50엔
⇨합계 : 18050엔
이 외에도 다른 계산대에 접수했던 보드게임이랑 퍼즐, 책 등도 있었는데, 그것들은 다 합쳐서 500엔에 팔 수 있었다. 이건 생각했던 것보다는 적은 금액이었다.
하지만, 가전제품 쪽은 모두 다 구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했던 것보다 사정 가격이 꽤나 높아서, 만족스러운 거래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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