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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일상다반사

일본에서 '바다멍' 하기 좋은 최고의 장소 - 요코스카 타테이시 공원

by 후니훈 - Hoonyhoon 2022.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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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달래줄 바다 풍경

와이프가 첫아이의 출산을 앞둔 한 달 전쯤이었던 것 같다.

때마침 일본의 골든위크(4월말에서 5월 초에 걸친 황금연휴)여서, 어찌 보면 인생에서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마지막으로  연휴가 아니냐라며 '와이프가 나에게' 이야기 했다. 아이가 태어난다는 기대감에 설레는 한편, 그 말을 듣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도 모를 막막한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내가 모처럼 긴 연휴고, 와이프 자신은 만삭 상태라서 움직이지 못하니, 하루나 이틀 정도는 혼자 만의 시간을 가져도 좋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아이가 태어나면 육아휴직을 받을 예정이었으므로, 이 당시에 인수인계 등으로 일이 너무 바빠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신정부터 골든위크 때까지 매일같이 늦은 잔업으로 너덜 해진 내 마음을 달래줄 수 있는 것은 역시나 바다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일본의 지금 회사에 입사한 후로 결혼할 때까지 줄곧 슬램덩크의 배경지로도 유명한 에노시마 일대에 살았다. 주말에 아무런 예정이 없으면 어김없이 작은 스쿠터에 몸을 싣고, 카마쿠라의 시치리가하마나 요코스카까지 발을 뻗어서 풍경 좋은 해안에서 줄곧 바다멍을 때리던 그 시절을 떠올렸다.

 

바다멍 때릴 수 있는 최고의 명소

그래서 생각난 김에 일본에서 흔히 칭하는 쇼난(湘南-상남 2인조의 그 상남) 일대의, 수많은 명소 중에 바다멍 때리기 좋은 최고의 장소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그곳은 바로 요코스카시의 타테이시 해안(建石海岸) 옆에 있는 공용 주차장이다.(위치는 아래 지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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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국에서 관광으로 오는 사람이라면, 차를 렌트하지 않는 이상,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이기는 하나, 일본으로 여행 올 때 렌트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고 생각되므로 차로 갈 수 있는 광관지로 강력 추천한다(물론 일본에 사는 현지인들에게도 강추함).

위치는 요코하마와 카마쿠라 사이 남쪽으로 볼록 튀어나온 미우라 반도의 서쪽에 위치하고 있다. 참고로 미우라 반도는 바닷가 레저나 관광, 싱싱한 해산물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모여든다.

아무튼 그 중에 '県立 立石駐車場'라는 주차장이 있는데, 주차비는 무려 공짜다.

다들 바닷가 쪽에 후진 주차를 하고, 트렁크를 열어둔 채로 바다멍을 때릴 수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다.

이날은 집근처에 있는 Times Car에서 차를 렌트해서 갔다.

Times Car 렌트

 

요코하마의 집에서 1시간 정도 운전해서 도착. 주차장 입구로 들어가면 아래와 같이 30여 대 가까우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이 나온다.

타테이시 주차장

 

이 날 운 좋게도 바닷가 쪽에 빈 자리가 있어서 후진주차를 하고 뒷좌석 시트를 다 눕힌 채로 바닷가를 즐길 만반의 준비를 하였다. 

그리고 트렁크 오픈하고 뒷좌석에 눕으면 '짠~!' 하고 바다 풍경이 펼쳐진다!!

 

아래는 바다멍 때리며 찍은 동영상.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우뚝 솟아난 암석이 보인다.

 

난 여기에 딱 점심때쯤에 도착했는데, 잠시 밖으로 나와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차장 입구 쪽에 '카나가와의 풍경 50선 - 아키야마의 타테이시'라고 새겨진 비석이 서 있었다. 아마도 저기에 우뚝 솟아 있던 암석의 이름이 타테이시(立石-직역:서있는 돌)였나보다.

 

저 암석 주변은 모두 암석지대로 되어 있다.

 

슬슬 배가 고파져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차장 출구 쪽에 딱 봐도 맛집일 것 같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있었는데, 만삭의 아내를 홀로 놓고 혼자서 이런 데 갈 순 없었다.

타테이시 주차장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도로가 쪽으로 나오니, 수제 햄버거 집 발견!!

행루즈_수제 햄버거 가게

 

모처럼이니, 테이크 아웃해서 먹어보기로 했다.

나는 지참해 온 캠핑의자를 주차장 옆에 있던 아키야 해변(秋谷海岸)의 백사장에 펼쳐서 자리를 잡았다.

 

수제 햄버거 오랜만이다. 맛은 어떨까.

 

여기서 사고 발생!! 사실 나는 이 햄버거를 한 입도 먹지 못했다...

내 딴에는 나름 경력(?)이 있어서 주의한다고 했는데, 한 입 베어 물려고 하는 순간, 매가 내 뒤통수 쪽으로 날아와서 이 햄버거를 잡아채 가버렸다. 처음에는 누군가에게 습격을 당해서 뒤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해서 어안이 벙벙해 있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주변에 있지도 않던 각종 매와 까마귀들이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떨어진 햄버거를 향해 한꺼번에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할까 하다가 주변을 둘러보니, 드론을 날리며 놀고 있던 대학생들이 이쪽으로 쳐다보길래, 아픔과 배고픔은 뒤로하고, 쪽팔려서 잽싸게 캠핑 의자를 접고 일단 차로 돌아왔다.

 

그 뒤로는 어떻게 했냐고? 

우선 다시 바닷가 풍경을 바라보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배부터 채우고 봐야 할 것 같아서, 결국에는 가장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 가서 도시락과 간식거리를 사 와서 차 안에서 끼니를 해결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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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야생의 와일드함을 느끼고 난 후에,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는 오후 내내 바닷가 풍경을 보며 음악도 듣고 책도 읽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랬더니 어느덧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

타테이시 해안의 노을
타테이시 해안의 노을_광각

 

그리고 그렇게 해가 저물었다.

타테이시 해안_해가 저문 후

 

저녁 무렵이 되니 파도가 엄청 강해졌다.

암벽에 부딪힌 파도의 물살이 트렁크 쪽까지 튀어 올라오기 시작할 무렵, 나는 정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참고로 이날 집에 돌아가서, 매에게 햄버거를 빼앗긴 일은 와이프에게 차마 말하지 못한 채, 냉장고에 있던 캔맥주를 꺼내 들고 마시면서 하루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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