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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일상다반사

일본의 종합검진 - 180만원짜리 종합검진 받은 이야기

by 후니훈 - Hoonyhoon 2022.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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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비싼 돈 주고 종합검진을 받게 된 이유

나는 일본 거주 11년 차이며, 그중에서 직장생활은 9년을 했고, 현재는 건강상의 문제로 1년 가까이 휴직 중인, 30대 중반의 반백수이다. 

휴직하게 된 이유는, 오랜 시간에 걸쳐서 자의적, 타의적으로 무리해서 일을 하다 보니, 우울증과 공황장애라는 정신질환을 판정을 받게 되었고, 정신과 의사로부터 당장 내일부터라도 모든 일을 내려놓고 재택 요양과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한다는 극단의 처방을 받게 된 것이 계기다.

처음에는 2개월짜리 진단서를 받고 회사를 쉬었으나, 내가 이미 병원을 찾았을 때에는 병세가 워낙 심해,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그래서 몸 상태가 좀처럼 회복이 되질 않아, 여러 번 휴직을 연장하다 보니, 이 포스트를 작성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는 어느덧 10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일본에서 지금까지 무슨일이 있어도 정신력 하나만으로 버텨온 내가, 설마 정신병에 걸리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나를 어떻게 돌보면 좋을지 아는 바가 전혀 없었으므로, 쉬는 동안에 책도 많이 읽고, 여러모로 내 자신을 되찾기 위한 노력도 많이 해 왔다.(우울증에 걸린 스토리는 아래 포스트 참조)

2022.08.01 - [마음의 병/발병] - 우울증, 공황장애 경험담(feat.일본생활)

 

우울증, 공황장애 경험담(feat.일본생활)

과거를 돌이켜보니, 나는 완전한 일의 노예가 되어있었다 우선, 짧게나마 내가 지나온 과거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나는 일본의 한 제조업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외노자'다. 2012년에 대학원

the-man-of-illusions.tistory.com

 

하지만 병세가 오랫동안 지속되다 보니 노파심이 생겼다. 일본에 온 뒤로는 학업과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줄곧 술과 담배, 그리고 파티를 달고 살았던 과거를 떠올렸다. 그리고 '사실은 내 몸을 잘 돌보지 못해서, 다른 곳에도 문제가 있지는 않을까?'라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유학생들과의 파티
유학생 시절의 학교내 파티

내 나이가 30대 후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했다. 그리고 회사에 막 휴직서를 냈을 때, 나 자신을 되돌아보기 위해 작성했던, 나의 '지배가치'와 '사명서'를 다시 한번 들여다보았다. 거기에는 건강을 잃어버린 나를 향해서, '몸과 마음의 건강유지와 매일의 컨디션을 최우선으로 하며, 필요에 따라서는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라는 구절이 적혀 있었다.

그렇다. 나는 더 이상 젊지도 않으며, 자칫 때를 놓쳤다가는 젊은 시절의 화려하게 보냈던 나날에 대한 업보를, 나 스스로가 떠안고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얼마의 비용이 들어도 상관없으니, 일단은 종합적으로 내 몸상태를 체크하고 싶었다. 문제가 있다면 치료를 받고, 별 문제가 없다면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한번 힘차게 출발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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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 정기검진 이외의 항목은 내돈내산이다

일본도 직장인이라면, 1년에 한 번 의무적으로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 정기검진은 아주 기초적인 부분만 체크를 한다. 예를 들면, 키, 몸무게, 허리둘레, 시력검사, 청력검사, 소변검사, 혈액검사, X선 흉부 촬영, 심전도 검사 그리고 의사와의 문진으로 끝이다(40대 이상은 위장 바륨 검사도 선택 가능). 

30대 들어서면서 한국에 있는 친구들로부터, 위장 내시경이나 대장 내시경도 받고, 용종도 제 몇 개 제거했다는 둥의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그래서 나도 한국에 들어갈 일이 있을 때마다, '이번에는 꼭 내시경 검사받아야지'라며 생각은 했지만, 좀처럼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그리고 그러한 일들을 뒤로 미루다 보니, 그사이에 딸아이가 태어났고 코로나 시국이라 좀처럼 들어가기가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일본에서 종합검진을 받기 위해 인터넷으로 한참을 찾아보았다. 일본에서 정기검진 이외의 여러 가지 검사를 받으려면 '人間ドック(인간 독(Dock) - 직역:인간 수리)'이라고 검색을 해야 한다.

여기저기 사이트를 들락날락하며 알아보니, 생각보다 검사 종류와 가격대가 다양했다. 문제는 각 병원마다 특화된 검사 항목이 따로 있는지,  몇몇 주요 검사를 합리적인 가격에 한꺼번에 진행하는 곳이 별로 없었다. 예를 들면, 내시경 검사가 가능한 곳은 위장 및 대장 내시경 검사만 있고, 다른 암이나 종양 검사, 전신 CT 검사를 하지 않는 식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가격 상한선을 두지 않고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종합적으로 두루두루 검사할 수 있는 상품이 하나 둘, 눈에 띄기 시작했다. 주로 많이 나오는 곳이 도쿄 쪽이었는데, 나는 요코하마에 살고 있으므로, 요코하마로 알아보던 중, 딱 한 가지 선택지가 눈에 들어왔다.

스크린샷_일본의 종합검진 상품 안내 페이지
일본의 토탈 종합검진 상품의 안내 페이지

 

그것은 이름하여, 'メンズプレミアムドック(맨즈 프리미엄 독(Dock), 의역 : 남성 프리미엄 종합검진)'이라는 상품이었다. 근데 내 눈을 의심한 점은, '182,105엔(세금 포함)'이라는 가격이었다. 한화로 대략 180만원 정도 된다. 

한국에서는 이 정도 검사면 대충 60만원 정도의 가격으로 종합검진을 받을 수 있다고 들었는데, 여기는 그 3배에 달하는 가격이라니, 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최대한 많은 검사를 받고 싶었고, 하루 만에 끝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남성에게 특화된 검사항목이 있다는 점 등이 마음에 들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나는, '나 몸을 관리하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기로' 결심한 사람이다. 이런 종합검진을 매년 받을 필요는 없으니, 일단 지금 시점에서 한번 점검은 하고 가야 되겠다며, 나 스스로를 위로했다.

 

180만원짜리 종합검진 후기

실제로 병원을 방문하니, 종합검진뿐만이 아니라, 인근에 있는 회사원들의 정기 건강검진도 함께 진행하는, 건강검진 전문 클리닉이었다.

거금을 들여서 그런지, 상냥하신 간호사님께서 독방 대기실로 나를 안내해준다.

일본 병원_종합검진 독방 대기실
안내 받은 독방 대기실

 

창 밖으로는 요코하마의 상징과도 같은, 랜드마크 타워와 관람차가 눈에 들어온다.

일본 병원_독방 대기실 창 밖 풍경
대기실의 창 밖 풍경

 

건강검진 전문 클리닉이라서 요령이 좋은지, 위장과 대장 내시경을 제외한 모든 검사와 문진을 2시간여 만에 끝냈다.

그리고, 나는 독방에 앉아서 느긋하게 풍경을 감상할 틈도 없이, 2리터짜리 대장정결제를 10~15분마다 한 컵씩 들이켜고 화장실을 왔다 갔다 했다. 그리고 변의 상태를 체크 시트에 기록해서, 30분마다 한번 대기실로 들어오는 상냥하신 간호사님께 내 변의 상태를 보고해야 했다.

일본 병원_대장정결제 마시는 중

 

위 사진 오른쪽에 놓여 있는 2리터짜리 대장정결제를 한 팩 다 마셨을 무렵, 간호사가 대기실로 들어와, 현장에서 바로 결과가 나오는 항목에 대해서는 의사로부터 결과를 보고 받을 수 있다며, 나를 의사가 있는 방으로 안내했다.

자세한 리포트는 2주 뒤에 별도 발송하겠지만, 현재 나온 결과들로만 봐서는, 크게 문제가 없어 보인다는 소견을 이야기해 주었다. 아직까지는 별 문제없어 보인다는 말에 나는 일단 안심을 했다. 하지만 내심 가장 걱정이 되는 부분은 위장과 대장 내시경의 결과였다. 이는 훗날 집으로 도착할 리포트를 확인할 수 밖에는 없었다.

아무튼 그 후에 인생 처음 경험해 보는 위장과 대장 내시경 검사를 무사히 마치고, 별문제 없이 귀가를 했다. 부디 별 문제없기를 기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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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180만원짜리 종합검진 결과는?

종합검진을 받고 2주정도 후에, 집으로 종합검진 결과 레포트가 도착했다. 

일본_종합검진 결과 보고서 표지
종합검진 결과 보고서 표지

 

서론과 본론이 길었지만, 결과적으로 내 검사 결과는 그 어디에도 '이상 없음'이었다.

내가 걱정하던 위장과 대장 내시경 결과도 아주 깨끗한 상태로 용종도 없는 청결한 상태였다.

일본 종합검진_검사결과 요약
검사결과 요약

위 검사결과 요약 페이지에서 알 수 있듯이, 대부분의 검사 결과는 'A'였다. 

다만, 지방질과 복부 초음파의 검사 결과가 'C'였다.

이에 대한 의사의 코멘트란에는, '복부비만을 인정하므로 식생활에 주의하면서 경과를 관찰해라'는 소견이 쓰여져있었다.

 

나는 이 비싼, 종합검진을 허락해준 아내에게, 보고서를 보여주며, 결과를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아내 내 배를 쳐다보면서 이야기 했다.

"복부비만? 그 정도는 180만원씩이나 안 들여도 나도 알겠다!!"

 

그렇다. 결과론적으로는, 나는 내 몸상태를 지나치게 걱정하며 180만원이란 거금을 들일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무엇보다도 내 몸이 건강하다는 사실을 안심 재료로 확보할 수 있었으니, 그걸로 180만원어치의 값어치가 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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